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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니의 일상이라니 🤪

오늘의 저녁

by Lani_ 2020. 9. 16.


비비고 사골 곰탕에 썰어서 냉동보관했던 파를 넣고, 풀무원 얇은 피 김치만두를 넣고 만둣국을 끓였습니다.

다 되어 있는 것 냄비에 넣고 끓이는 건데, 오늘은 이것 조차 하기 참 귀찮은 날이었습니다.
뭐 오늘뿐일까요, 저는 음식에 열정이 없는 편이라 음식을 차리는 게 너무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. 그게 뭐라고.. 그게 너무 귀찮다고 툭하면 밥을 굶기 일쑤죠. 😓 이게 안좋은 건 알지만 쉽게 고쳐지진 않네요.
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똑같았습니다. 참 한결같은 저란 사람...
냉장고에 반찬있고 냄비에 국있고 밥통에 밥있는데, 그거 차려 먹는 것도 너무 귀찮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.
그게 귀찮다고 배가 고파 미칠 것 같을 때까지 굶다가 부엌으로 기어나와서 밥푸고 제일 취향저격 반찬 하나 꺼내서 먹었습니다. ㅋㅋㅋ
여름엔 씹는 것도 귀찮아 했으니 말 다했죠 뭐.;;

그러고보면 제가 밥을 잘 안먹은 역사는 좀 깁니다.
밥먹는 속도도 느려서 유치원때부터 혼자만 남아서 계속 밥을 먹었던 기억이며, 유치원때 친구가 생일선물로 아주 조그만 개구리 반찬통을 선물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. 여기에 밥을 받아서 먹으라고요. ㅋㅋㅋ 그럼 빨리 먹을 수 있을 거라며.. 엄마께서는 제 위를 늘려야 한다고 혼내면서 억지로 먹이셨습니다. 밥때문에 싸우고 혼나고 억지로 먹던 나날들...
초등 6년 내내 지각도 했습니다. 적정량 밥을 먹었다 생각하고 그만 먹는 저와 밥 다먹을때까지 학교도 안보내겠다던 엄마와 싸우다 9시가 되면 그제야 학교에 보내주셨거든요. 적다보니 밥을 싫어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. 😓
하지만 제가 당시 또래보다 많이 왜소했기 때문에 엄마 마음이 이해안가는 것도 아닙니다.
친구들의 몸무게 앞자리가 3일 때 저는 2, 4일때 저는 3으로 항상 늦었기 때문에 저도 친구들의 몸무게를 따라잡고 싶었으니 엄마입장에선 오죽했을까 싶습니다.

예전에 반려쥐와 함께 산 적이 있습니다. 그 중 호두라는 아이를 키울때는 ‘엄마도 나를 키울 때 이랬을까?’ 그런 생각을 들게 했었습니다. 호두는 가뜩이나 또래보다 발달이 더디고 작은 아이였습니다. 그래서 피호두의 딱딱한 껍질처럼 튼튼하게 자라라고 이름도 호두라고 지은 아이였지요. 호두는 먹는 양도 참 적었습니다. 호두 외에 다른 반려쥐와도 함께 했던 저라서 더욱 호두가 유난히 적게 먹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. 왜 이렇게 적게 먹나, 왜 다른 애들처럼 볼주머니에 저장하는 법이 없고, 집이나 화장실에 숨기지도 않고 음식에 욕심이 없나. 걱정되는 마음에 이것 저것 참 많이도 들이댔었지요.
그러던 중, 문득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올랐습니다. 그때의 저에 호두를 대입하니 호두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. 호두는 그저 먹는 양이 적은 아이일 뿐이지 문제가 있는게 아니란 것임을 말입니다.
그리고 호두는 그 해 겨울, 생애 최초로 왕따시만한 볼주머니를 보여주었습니다. ㅎㅎ
호두는 나이가 들면서 어릴때보다 더 잘 먹게 되었습니다. 숨김 본능도 생겼고요. 그래도 기본적으로 식탐이 적은 것은 여전했지만요.
저도 호두처럼 잘 먹는 시기도 거치고, 어린시절 그 적게 먹고 느리게 먹던 아이가 아닌, 남들처럼 정량은 먹고 속도도 남들과 엇비슷해졌습니다. 그런 걸 보면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.
음.. 아무래도 저의 제일 큰 문제는 식욕이 적은 편이라서 식욕이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는게 함정같습니다. 😓 게다 집밥보다 배달음식을 좋아하는 입맛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..
저도 자취요리왕이 되고 싶네요. ㅎ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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